[보도기사-국제신문(2012.09.19)] 재가시각장애인 독립보행능력향상지원프로그램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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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9-18본문
- 이사 등 환경변화로 인한 주변지형 적응·숙지 돕고 공공시설 이용법 안내도- 파랑새종합복지관 운영- 해운대구 거주 50세 이상- 주 1회 서비스 신청 가능- 자원봉사자 상시 모집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상상하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편의가 아닌 장애로 다가온다. 게다가 사고나 질병 등으로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다면 가장 기본적인 생활도 불가능해진다. 오랫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지내온 사람이라도 이사를 가는 등 생활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독립보행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 ‘동행’을 파랑새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다.■함께 걸어주는 프로그램
정영록 복지사가 전봇대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18일 오전 10시15분께 전용섭(해운대구 반송2동·50) 씨는 정영록 복지사와 박혜지 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전 씨는 집에서부터 도시철도 4호선 동부산대학역까지 걸어가는 루트를 익히려는 참이었다. 박 팀장은 “독립보행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목적지를 설정한 뒤 왕복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함께 걷는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시각장애 1급인 전맹상태다. 그나마 낮에는 밝은 색깔의 물체는 형체 정도만 구분할 수 있다. 전 씨는 “3일 전에 외출갔다가 오른쪽 엄지 발가락을 다쳤다. 그래도 밴드만 바르면 걷는 데는 지장없다”며 활달한 모습이었다.전 씨는 시각장애인의 상징과도 같은 흰지팡이를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전 씨를 가운데 두고 정 복지사가 앞, 박 팀장이 뒤에서 움직였다. 시각장애인이 이동할 때는 보통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흰지팡이를 사용해 혼자 보행하는 방법, 안내인이 앞에 서고 안내인의 팔을 잡고 이동하는 안내보행, 맹인안내견과 함께하는 경우다. 대부분은 흰지팡이를 이용한 보행을 주로 하고 있다. 이날, 전 씨에게 안내보행 의사를 묻자 그는 “이 정도는 문제 없다. 옆에서 계셔주시면 된다”고 했다.■랜드마크를 기억하라
전용섭 씨가 지하철 역내에서 우대권 발매기를 사용하고 있다.전 씨의 집 대문을 나서자마자 반송천을 따라 자동차와 보행자가 섞여 다니는 길이 나왔다. 전 씨가 그 길로 진입하려는 순간 자동차 두 대가 연이어 나타났다. 정 복지사는 “아버님, 차 지나갑니다. 두 대니까 잠깐 기다리세요”라며 전 씨에게 멈추도록 했다. 전 씨는 “소리 듣고 알았어요. 이쪽으로 비켜 서 있습시다”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거기서부터 10분 정도 직진해 걸으면 서부교회가 나온다. 정 복지사는 “아버님, 여기가 서부교회에요. 여기 기억하세요. 그러면 다음 도착지는 편의점이에요”라고 전 씨가 중요 포인트를 기억하도록 상기시켰다. 박 팀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길안내를 할 때 사라지지 않는 큰 건물을 랜드마크 삼아 외우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고 알려줬다.교회를 지나 편의점이 나오자 두 복지사는 전 씨를 잠깐 멈추도록 해 랜드마크를 다시 일러줬다. 박 팀장은 “아버님, 편의점에서 우회전하셔야 다음 기점인 빵집이에요”하고 말했다. 전 씨는 흰 지팡이로 바닥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전 씨는 “불법주차만 안하면 길 기억하는 거 어렵지 않은데…”라고 혼잣말을 했다.박 팀장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불법주차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큰 장애로 다가온다. 아예 길이 사라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집 가까운 곳에서도 길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 씨도 얼마 전 집에서 10분 거리인 서부교회 인근에서 불법주차 때문에 방향을 잃어 결국 경찰에 전화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빵집 앞 건널목이 마지막 랜드마크였다. 건널목에서 앞으로 직진하면 129-1, 115-1 등을 타는 버스 정류장이고, 건널목에서 왼쪽이 4호선 도시철도 동부산대학역 4번 출구다. 동부산대학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45분께로 30분가량 걸렸다. 비장애인이 걸으면 15분 남짓한 거리였다. 지하철 역사로 들어올 때도 두 복지사는 전 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계단을 4개 올라와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역사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씨는 “엘리베이터는 기다리는 시간이 싫어서 에스컬레이터를 더 많이 이용한다”며 능숙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안내역사 안에서 표를 구매할 때도 두 복지사의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박 팀장은 “아버님, 바닥에 정지 표시 아시겠죠. 그게 3개가 있는데 첫 번째 바로 앞에 우대권 발매기가 있어요. 복지카드 꺼내서 표 받으세요”라고 안내했다. 도시철도 4호선 동부산대학역의 고객 대기실에서 전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 씨는 “노모와 함께 대연동에 살다가 지난 4월에 혼자 반송으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주변 지형을 익혀야 했다. 복지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신청했다”고 했다. 전 씨는 어렸을 때 뇌막염을 앓아 시력이 저하됐고 현재는 전맹상태다.전 씨는 “이 프로그램으로 마트, 은행, 재래시장 등 필요한 곳으로 가는 루트를 다 익혔다. 이사 온 직후 막막했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큰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어 아주 편해졌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성인 시각장애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주일에 1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가족 또는 활동보조인과 함께 활동할 수도 있다. 현재는 총 8명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는 상시로 모집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양성교육과 방문보행 지도도 병행되므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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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700&key=20120919.2202120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