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사- 2/16 부산일보]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 >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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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 2/16 부산일보]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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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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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2세의 이영희(가명) 할머니는 하루 중 아침이 가장 즐겁다. 자원봉사자가 우유를 전해주며 말벗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거의 유일하게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다. 이 할머니는 “멀리 있는 자식보다 매일 얼굴보는 자원봉사자가 가족”이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이 간다고 하면 못내 서운해 아픈 다리를 끌고 항상 문 앞에 배웅을 한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파랑새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주 5일 독거노인에게 우유나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안부 확인’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가구당 평균 10분 정도에 걸쳐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지원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독거노인들에게 유제품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대개 바깥출입이 어려운 연로한 수급자들이 사회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유제품 무료 지원 사업으로만 알았던 독거노인들도 이제는 자원봉사자를 기다리며 아침을 맞는다.

 

  올해 초 남편을 잃고 프로그램 대상자가 된 김말순(75·가명) 씨는 우울한 마음을 봉사자의 방문으로 달랜다. “다리가 아파 화장실 가기 불편해서 밥도 많이 안 먹어. 밖에 나가지도 않고. 그런데 아침마다 찾아오며 말을 건네니까 반갑지. 우유가 뭐 중요하겠어. 젊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찾아오는 그 정성이 고맙지.”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파랑새종합사회복지관 원지영 복지팀장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비책이 매우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담당 구역에서 프로그램 대상자는 아니지만 50대 알코올중독자가 집에서 죽은 지 이틀 만에 발견된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방안에는 술병이 나뒹굴어 있고, 시체 부패로 악취가 가득했습니다. 노인 요양원 근무 시절에 많은 죽음을 지켜봤지만 고독사는 차원이 다른 죽음이었습니다.” 이후 복지관에서는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노인들의 근황 파악을 더욱 꼼꼼하게 하고 있다.

 

  3년 동안 자원봉사를 한 김숙자(41) 씨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어르신들의 고독사가 발견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안타까운 일이 많다고 전했다. “얼마 전 여든이 넘는 할머니가 목욕하시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졌어요. 자녀들에게 연락했다고 하셔서 그냥 돌아갔는데, 그 다음날 증상이 더 심해지셨어요. 당장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파랑새종합사회복지관의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 수급 가구는 현재 10가구. 반송지역의 삼한아파트 연합회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복지관 기금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초반에 20가구에 달하던 수급 대상이 예산 등의 문제로 축소되었다. 아직 고독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후원금 마련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원지영 팀장은 “최근 서울에서 촉망받던 30대 시나리오 작가가 고독사한 것도 결국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기 때문”이라며 독거노인뿐 아니라 1인 가구의 고독사에 대한 사회 관심을 촉구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2011년 2월 1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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